
상자와 병이 놓인 ‘발아완두 맥스’ 이미지.(이미지=에르바뉴 제공)
새 상품에 이름을 붙일 때 가장 쉬운 길은 사람들이 이미 아는 단어를 앞에 세우는 것이다. 자주 검색되는 원료를 가져오면 설명을 덧붙일 필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에르바뉴(ERBANU)의 ‘발아완두 맥스’는 그 손쉬운 길에서 비켜선 사례로 눈에 띈다.
배합 구성만 보면 이름 후보는 여럿이었을 법하다. 비오틴과 맥주효모는 귀에 익은 단어이고, 브로콜리추출분말 역시 뜻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런데도 포장 한가운데 가장 큰 글씨는 ‘발아완두’ 네 글자에게 돌아갔다.
이름 앞머리를 내준다는 건 첫인상을 통째로 맡긴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긴 상품명의 첫 단어를 먼저 기억하고, 친구에게 말을 옮길 때도 앞부분만 꺼내곤 한다. 작명에서 맨 앞 낱말을 고르는 일이 까다롭게 여겨지는 까닭이다.
‘발아’라는 수식도 이름의 결을 바꿔 놓는다. 그냥 완두였다면 밥상 위 반찬이 먼저 떠올랐겠지만, 한 단어가 앞에 붙자 콩이 막 싹을 내미는 장면이 그려진다. 재료와 순간을 함께 넣어 익숙한 콩을 달리 보게 만든 조어인 셈이다.
이름의 순서와 들어간 양은 별개로 읽어야 한다. 정면 표시를 보면 발아완두콩을 쓴 원료는 두류가공품이라는 항목으로 적혀 있고 한 정당 6.4mg인 반면, 같은 자리의 맥주효모에는 240mg이 적혀 있다. 이름이 제품의 얼굴을 맡고, 들어간 양은 표시가 알려 주는 구조인 셈이다.
유형으로 따지면 이 상품은 음료베이스로 분류되는 일반식품이며, 병마다 정제 60개가 담겼다. 여러 재료 가운데 무엇을 먼저 보여 줄지 고른 결과가 ‘발아완두 맥스’라는 여섯 글자로 남았고, 궁금한 사람은 라벨에서 나머지를 확인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