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심층 팩트체크] SK하이닉스 ‘솔리다임’ 美 상장, 당국 “중복상장 저촉” 공식화… 자본시장 건전성 시험대
-美 SEC에는 “모회사 주가 부정적 영향” 명시… 국내 주주에겐 깜깜이 ‘정보 비대칭’ 국감 도마
-블룸버그·FT 등 외신 “자회사 분할·동시상장은 한국 특유의 디스카운트 원인… 일반주주 권익 후퇴”
-언론사 연합 경제금융취재단 팩트체크 “해외 상장 규제 사각지대 해소와 실질적 주주 보호 장치 시급”

[뉴스 요약]
금융감독원이 SK하이닉스의 미국 낸드·SSD 자회사 솔리다임(Solidigm)의 미국 증시 상장 추진에 대해 "중복상장 규정에 저촉된다"는 판단을 공식화했다. 국내 규제의 칼날을 피해 해외 거래소로 우회하는 이번 상장은 모회사 주주가치 희석과 정보 비대칭성 논란을 촉발하며 국회 국정감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주요 외신들 역시 한국 기업 특유의 쪼개기·모자회사 동시상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고착화하는 만성적 거버넌스 취약점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만큼, 향후 해외 자회사 상장에 대한 증권신고서 심사 강화와 일반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입법적 안전망이 마련되어야 자본시장의 체질적 건전성이 확립될 것이다.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 속에서 대규모 흑자 전환에 성공한 미국 낸드플래시 자회사 ‘솔리다임(Solidigm)’의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해당 행위가 국내 자본시장의 ‘중복상장 금지’ 기조에 저촉된다는 판단을 공식적으로 내렸다. 19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솔리다임 상장에 따른 기존 모회사 주주들의 권익 침해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대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모두 중복상장 저촉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명확히 밝혔다. 이는 핵심 성장 동력을 자회사 형태로 분리해 별도 상장시키는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가치가 훼손되는 관행에 대해 규제 당국이 본격적인 제동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지난 2021년 약 90억 달러(약 10조 원)를 투입해 인텔의 낸드플래시 및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부를 인수하며 출범시킨 미국 거점 법인이다.
인수 초기 막대한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모회사의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했으나, 최근 고용량 eSSD(기업용 SSD) 수요 폭증에 힘입어 가파른 실적 턴어라운드를 달성하며 SK하이닉스의 핵심 알짜 자산으로 부상했다. 논란은 SK하이닉스가 기업가치를 온전히 인정받는다는 명분하에 솔리다임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또는 나스닥(NASDAQ) 상장을 추진하면서 촉발되었다.
모회사의 주주들이 수년간 감내한 대규모 적자의 결실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회사를 분리 상장할 경우 모회사 지분 가치 희석과 지주사 할인(Holding Company Discount)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정감사에서는 모회사와 자회사 간의 극심한 '정보 비대칭' 문제가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지적한 바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사전 서류를 통해서는 ‘자회사의 독자 상장이 모회사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리스크 요인을 상세히 고지했다.
반면 정작 회사의 실질적 주인인 국내 일반 주주들에게는 상장 추진 일정이나 주주가치 보호 방안에 대해 어떠한 구체적 설명이나 공시도 진행하지 않았다. 미국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공시 의무는 철저히 준수하면서도 국내 주주들의 알 권리는 철저히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러한 한국 대기업의 중복상장 행태에 대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선은 냉담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블룸버그(Bloomberg) 통신 등 유수 외신들은 그동안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 현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의 핵심 원인으로 모자회사 동시상장 관행을 지목해 왔다.
블룸버그는 심층 분석 기사를 통해 “선진 자본시장에서는 모회사와 핵심 사업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되어 자본을 중복 조달하는 사례를 극히 드물게 취급하며, 이는 지배주주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과정에서 일반 소액주주의 가치를 잠식하는 전형적인 지배구조 취약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핵심 사업부를 떼어내 별도 상장시키는 구조적 관행이 근절되지 않는 한 한국 기업들의 거버넌스 건전성 회복은 요원하다"라고 꼬집었다.
현행 법제도의 구조적 허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거래소는 2022년 물적분할 후 자회사 동시상장에 따른 주주 피해를 막기 위해 중복상장 심사를 대폭 강화하는 가이드라인을 도입했다. 모회사가 일반 주주 대상 설명회를 열고 주식매수청구권이나 신주우선배정 등 정당한 주주 권익 보호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상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솔리다임의 경우 국내 거래소가 아닌 미국 거래소에 상장하기 때문에, 현행 한국거래소 상장 규정의 직접적인 심사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즉, 국내 규제를 피해 해외 증시로 우회 상장할 경우 이를 제어할 법적 장치가 마땅치 않은 사각지대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규제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방위적인 행정적 검토에 착수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솔리다임이 국내 자본시장법상 ‘국내 증권신고서 제출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비록 해외 법인이라 할지라도 국내 모회사의 실질적 사업 가치와 연동되어 있고 국내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면, 공시 의무를 강제하고 적절한 행정 지도를 펼치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금감원은 SK하이닉스 경영진과의 직접 소통을 통해 시장의 우려를 공식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언론사 연합 경제금융취재단은 "이번 솔리다임 상장 논란은 단순히 한 개별 기업의 자금 조달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선진화된 지배구조 체계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중대한 분수령"이라고 팩트체크했다. 이어 "핵심 성장 자회사를 분리 상장하여 모회사를 빈껍데기로 만드는 분할 상장 관행이 해외 우회 상장이라는 편법적 경로로 반복된다면 국내 자본시장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라며 "정부와 국회는 해외 자회사 상장 시에도 국내 모회사 주주에 대한 사전 동의 절차와 신주 인수권 부여, 주식매수청구권 보장 등을 의무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보건의료 및 자본시장 전문 언론사 메디컬라이프(Medical Life)는 향후 금융위원회의 법리적 유권해석 결과와 SK하이닉스의 주주가치 제고 대책을 면밀히 추적 감시하며, 시장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과 일반 투자자 권익 보호를 위한 심층 팩트체크 보도를 지속할 예정이다.


